궁궐과 한옥을 사랑하는 저의 오랜 로망을 채우기 위해, 드디어 안면도 자연휴양림 한옥 3호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휴양림 한옥 예약은 워낙 치열해서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밑져야 본전으로 걸어둔 대기 신청이 운 좋게 덜컥 당첨된 거 있죠?
드디어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설렘을 안고 안면도로 향했습니다.

숲속 끝자락, 초록 속에 풍덩 빠진 한옥
지난번에 다녀왔던 바라산 휴양림과 비교해보니 안면도는 규모가 꽤 크더라고요. 게다가 계절이 계절인지라 사방이 푸르름으로 가득해서, 정말 '자연 속에 풍덩, 초록 속에 풍덩' 빠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차를 타고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맨 끝자락에 한옥 단지가 나타나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맨 끝집이 바로 제가 묵은 ‘한옥 3호'랍니다. 가장 구석이라 그런지 훨씬 더 아늑하고 프라이빗한 느낌이 좋았어요.

솔직한 내부 투어와 반전의 툇마루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는 사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조금 낡기도 했고, 오래된 목조 건물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살짝 나더라고요.

‘생각했던 로망과는 조금 다른가?' 싶었는데, 다행히 이부자리는 아주 아늑하고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어서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이 집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툇마루였습니다!

툇마루에 대자로 누워 가만히 쉬는데 세상 행복하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에는 눈뜨자마자 툇마루에서 커피를 내렸는데, 맑은 새소리까지 더해지니 그 어떤 유명한 숲속 카페도 부럽지 않은 나만의 완벽한 힐링 공간이 되어주었습니다.

냉장고, 밥솥, 전자렌지 다 있는데 전기 주전자가 없다니! 저흰 안해먹어서 딴거 다 필요없고 전기포트만 있으먼 됐는데 말여요! 그럼 어때요~ 새소리와 함께하는 커피 맛 죽이더군요.

딱 좋았던 조개산 산책로 (흙땅 오솔길의 매력)
다음날 아침 숙소 키를 반납하고 휴양림 안에 있는 조개산 산책을 나섰습니다. 1봉과 2봉까지 이어지는데, 거창한 '등산'이라기보다는 가볍게 걷기 좋은 '산책 코스'에 가까워요. 걷기 운동을 좋아하지만 힘든건 싫어하는 저에게 아주 딱 적합한 코스였습니다.

요즘은 어딜 가나 데크길이 잘 되어 있지만, 저는 발바닥에 닿는 폭신한 흙땅 오솔길이 훨씬 좋더라고요. 원래는 주차장에서 출발해 40분 정도 걸리는 B코스를 택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나는 바람에 내친김에 3봉까지 가볼까 하다가 그냥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한 시간 정도 기분 좋게 걸으니 몸도 마음도 맑아지는 기분이었어요.

한옥 살이의 로망과 현실, 그 사이
1박에 10만 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사실 시설 면에서 아주 흡족하진 않았습니다. 요즘은 성수기가 아니라 주변 펜션들도 이 정도 가격이면 꽤 깔끔하고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평소 한옥을 좋아하던 제가 직접 하룻밤을 경험해보며, 제 오랜 숙원이었던 '나중에 한옥집에 살고 싶다'는 로망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전통 한옥이 좋아도 현실은 현실이더라고요.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모든 문을 꽁꽁 닫아두어도 어느 틈새론가 벌과 나방 같은 벌레들이 들어오는데... "아, 오래된 한옥에 직접 살기는 나한테 절대 무리겠구나!" 하고 깔끔하게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굳이 멀리 숲을 걸어 나가지 않아도, 툇마루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숲을 온전히 가득 누릴 수 있었던 그 시간만큼은 정말 대만족이었습니다. 한옥에 대한 로망도 채우고, 초록 에너지를 듬뿍 충전하고 온 기분 좋은 주말이었습니다.